문명을 세운 이래 인류는 항상 초현실적인 현상과 역사를 함께해 왔습니다. 한 시대가 저물고 다음 시대로 나아가는 분기점, 혁명과 반란의 구심점, 하나 된 사상이 고이는 온상, 그러한 시공간마다 발생하는 전기적인 현상은 재난에 버금갈 정도의 피해를 초래했지요. 어린애 꿈동산 같은 풍경이 펼쳐지거나, 꺼지지 않는 불이 마을을 삼키거나, 놀이동산 마스코트 같은 설치물이 인간의 도시를 횡행하거나…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수능한파ㅡ옛날에는 본고사한파라고 불렸죠ㅡ가 수험생의 걱정과 집착이 초래한 기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고작 20년도 안 된 일이죠!

인류가 마법재해(이하 마재魔災)를 신벌이나 악마의 농간으로 치부하는 데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로, 이러한 현상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자, 즉 마법소녀의 잠재력이 조명을 받게 된 계기 역시 궤를 같이 한답니다.

감정 에너지의 응집체, 마법재해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 즉 마법소녀가 과연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들은 신화나 전설의 형태로 인류의 기록 속에 함께했지만 오래간 괴력난신으로 취급되어 왔기에, 최초의 마법소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죠. 다만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마법소녀는 15세기 독일의 힐다 마이어로, 달이 넘도록 비가 멎지 않는 마을에 맑은 하늘을 열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뒤는 마녀재판으로 생을 마감했지만요. 그 시절 마법소녀가 다 그랬죠.

이후 마법재해와 그 해결사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며 마법소녀 역시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대중의 마음이 십, 수십, 수백이 모여야 발생하는 마법재해와 달리 단신으로 자신의 상상을 현실에 이끌어낼 수 있는 존재, 영화 속 슈퍼히어로 같은 이들은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오로지 여성만이 선택받습니다. 소문으로는 강렬하고 순수한 염원을 품었을 때 각성한다나요? 각성 나이대도 대체로 10대 중후반에 몰려있지만 종종 청장년, 드물게는 노년도 존재하는 등 다양하답니다.

그러나 절대다수가 뭉친 마법재해가 물리적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달리 마법소녀는 오로지 감정, 혹은 그런 마재에 의한 것에 한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마재가 개입하지 않은 자연재해나 인재에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요.

마법소녀 하면 마법! 그리고 변신! 각성한 이들은 자신의 심상을 형상화한 형태를 지니게 되는데, 이가 흔히 말하는 변신 모드입니다. 마법소녀가 구현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상상도’이기 때문에, 변신에 돌입하여 빚는 모습과 무기는 모두 천차만별이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평균치는 있습니다. 스태미너가 절정에 이르는 청소년기에서 청년기, 밝고 희망 차며 강력한 형태... 심리에 따라 급변하기도 하지만 마법소녀 활동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마음가짐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곧 초심을 잃는다는 말과 같기 때문!

이처럼 마법소녀 능력 역시 천차만별이기에 모든 마법소녀가 세계를 구하지는 않지만… 그중에서도 책임을 지기로 한 마법소녀가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뤄보도록 할까요.

덧붙여 여성가족부에서는 마법소녀의 대체어로 ‘마법사’를 제시했으나, 보편성의 이유로 세간에는 아직도 마법소녀라는 칭호가 널리 쓰이고 있답니다. 고정관념이란 무섭지요!